ERP 1편 — 잘 쓰던 작업일보를 다시 만든 이유
카페24 그누보드 작업일보가 있었는데, 왜 갈아엎고 새로 만들었나 — ERP 시리즈 (1)

(데스크톱 화면 — 누적 금액은 가렸습니다)
(같은 화면을 휴대폰에서 — 사이드바가 하단 탭바로 자동 변경)
ERP라고 하면 거창한 시스템 같지만, 저한테는 그냥 "오늘 어느 현장에서 얼마나 일했나, 그 돈은 받았나" 를 적어두는 통입니다. 굴삭기 임대업 30년 하면서 종이에서 그누보드까지 형태만 바뀌었지, 이 통은 늘 옆에 있었어요.
위 화면이 그 통의 요즘 모습 입니다. 왼쪽에 사이드바, 위에 누적·이번달 카드, 가운데에 한 달치 달력. 이 화면이 나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첫 글로 풀어봅니다.
1. 종이에서 그누보드까지
처음엔 당연히 종이였습니다. 한 달 치 쌓아두고 월말에 정리. 사무실 캐비넷 한쪽이 그걸로 가득 차 있었어요.
몇 년 전 홈페이지(fokm.kr) 만들면서 카페24 그누보드 위에 작업일보 페이지도 같이 올렸습니다. PC에서 입력하고, 거래처별로 미수 확인하고, 엑셀로 뽑고. 종이보다는 훨씬 편했어요.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2. 그런데 작은 답답함이 쌓였습니다
문제는 한 번에 터지지 않고 조금씩 쌓였어요.
-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쓰면 화면이 깨졌습니다. PC 위주로 만들어진 거라 모바일에선 표가 잘리고 버튼이 너무 작거나 너무 컸어요.
- 로그인이 풀려서 작업일보를 켜면 한참 멍한 화면 뒤에 "로그인 필요" 팝업이 떴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이걸 봤어요.
- 수금 처리를 한 번에 여러 건 못 했습니다. 한 건 누르고, 체크하고, 저장하고. 다음 건도 똑같이 반복.
- 달력으로 보고 싶을 때도 있고 거래처별로 묶어 보고 싶을 때도 있는데, 화면 하나로 둘 다 못 했어요.
- 백업이 알아서 돌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거 갑자기 날아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어요.
하나하나는 사소합니다. 그런데 매일 쓰는 도구라 매일 거슬렸어요.
3. AI 만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작년부터 Claude(AI)랑 같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유튜브 영상 자막 만들어줘" 같은 작은 부탁이었어요. 그러다 만드는 게 점점 커졌습니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매일 쓰는 작업일보, 이거 그냥 새로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코드 한 줄 못 짜는 제가요. AI랑 대화만으로요.
4. 새로 만들기로 한 날
방향만 먼저 정했습니다.
- 모바일이 먼저.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쓰는 게 90%니까.
- 홈 화면에 앱처럼 깔리게. 매번 주소 치기 싫으니까.
- 로그인은 한 번 하면 한참 유지. 매번 안 묻게.
- 수금 처리는 여러 건 한 번에. 미수 표시한 거 모아서 한 방에.
- 데이터는 안전한 곳에. 자동으로 백업되고, 다른 사람 데이터랑 섞이지 않게.
이걸 다 갖춘 도구를 사서 쓰면 한 달에 몇 만 원씩 듭니다. 그것도 굴삭기 임대업에 딱 맞는 건 못 찾았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AI랑.
5. 첫 화면이 뜨던 날
며칠 동안 AI랑 대화하면서 만든 첫 결과물이 화면에 떴어요. 작업일보 한 건을 입력해서 저장하는 페이지 였습니다.
별거 아닌 화면이었어요. 날짜, 거래처, 현장명, 금액, 종일/오전/오후 고르고 저장 버튼. 그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화면을 보면서 "이게 진짜 되네" 싶었어요. 30년 동안 종이 → 그누보드로 이어진 통이 또 한 번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편들
기능 하나씩 따로 풀어둔 글입니다. 어떻게 만들었고, 어디서 막혔고, AI가 어떻게 풀어줬는지.
- 2편 — 작업일보 입력, 30초 안에 한 건 적기
- 3편 — 수금 처리, 미수 한 방에
- 4편 — 한 달치 한눈에, 달력 + 대시보드
- 5편 — 견적서·거래명세서, 모바일에서 도장까지
- 6편 — 보이지 않는 든든함: PWA·자동 백업·멀티유저